Brilliant Life
● 연예인 키세 x 시력을 잃어가는 쿠로코
● 전연령가 / 무선제본 (떡제본) / 약 160p 예상 / 코팅 / 날개有 / 12000원
※ 복지관에 봉사를 간 키세가 쿠로코랑 만난다는 설정입니다. 클리셰가 넘쳐나는 부족한 글입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_ _)
※ 적힌 대로 쿠로코가 시력을 잃어갑니다. 당연히 키세가 쿠로코를 보며 말라가는 장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해피엔딩 성애자입니다. 두 사람은 금방 다시 행복해집니다. 주 내용은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청량한 여름의 일과들입니다.
※ 샘플 내용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 확정된 표지입니다.
01. 키세는 깜빡깜빡 눈을 떴다. 창밖은 선팅 된 유리창 때문에 어둑어둑하게 보였다. 키세가 잠깐 눈을 붙인 사이 키세의 전용 밴은 도심을 지나 한적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곧 차 내부의 시원한 공기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는데 생각보다 멀리오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 무기력하게 턱을 괸 채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그날이 떠올랐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원인. 사건은 바로 일주일 전, 여느 날과 다름없이 화보 촬영을 하던 중에 일어났다. 신인 디자이너의 뉴 컬렉션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키세는 팡팡 터지는 플래시 때문이 아니더라도 눈부셨다. 어릴 때부터 아역 모델을 해왔던 경험자답게 포즈를 취하는 움직임이 노련했다. 초점을 잡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탭댄스를 추듯 발을 바꾸는 키세를 상대 여자 모델은 황홀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키세 료. 본명은 키세 료타. 일본인답지 않게 큰 키와 배우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로 한창 이름을 날리는 모델이었다. 아역 때부터 쌓아온 인지도를 바탕으로 연예계 바닥에 발을 들였으나 어린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아 팬 카페가 들썩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사카이의 뮤즈로 발탁 돼 촬영한 정장 화보에 담긴 키세에게선 소년다운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대신 우수에 찬 눈빛과 고독한 분위기로 성숙한 남자의 향을 물씬 풍겨 팬 카페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성 네티즌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를 기점으로 키세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더해서 각종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모델이라는 본연의 직업에 열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프로페셔널함,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대방을 달콤하게 녹이는 신사다운 태도, 간간히 예능에 나올 때마다 선보이는 재치 있는 입담까지. 키세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여자들의 로망이 되었다. 오늘 같이 호흡을 맞추는 사람이 바로 그 키세 료타라니! 여자는 차례가 끝나 웃으며 다가오는 키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실까요? 온화한 말투와 눈이 호강하는 미소, 정중하게 내밀어지는 손바닥까지. 살포시 손을 얹은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이 기회를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한편 키세는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 얼굴로 웃으면 상대는 금방 사랑에 빠져버릴 거라는 것도. 모두가 아름답게 포장하는 사랑의 알맹이도 결국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허무였다. 어릴 때부터 험한 모델의 세계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키세는 눈치를 키우고 사람을 파악하는 방법을 배웠다. 잔뜩 상기된 볼을 한 채 고상한 척 하는 머리 빈 여자의 생각쯤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깐 여자가 시선을 돌린 사이 콧방귀를 뀌며 따분한 표정을 짓던 키세는 은근히 자신들을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되돌려주며 여자의 허리에 슬쩍 손을 올렸다. 여자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은근슬쩍 몸을 밀착시켜왔다. 아, 재미없어. 속으로 생각하며 키세는 대충 촬영장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을 생각했다. 조금만 더 하면 이 여자가 좋다고 따라올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때까지 모든 여자들이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키세는 며칠 후 아카시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 당장 사무실로 뛰어와, 료타. 얼음이 뚝뚝 떨어지듯 차가운 목소리에 달려와 보니 아카시가 기다리며 책상에 잔뜩 펼쳐놓은 것은 다름 아닌 신문이었다. [키세 료타, 신인 모델 키시모토 나나랑 열애?!] [키세 료타 ♥ 타마시로 티나 단둘이 호텔 행… 진실은?] [미즈키 츠바사 “료타와는 친구사이”] “이것 좀 봐.” 평소와는 다름없는 목소리지만 키세에게 각종 기사들을 던지듯 건네는 아카시의 손길은 꽤나 짜증을 담고 있었다.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던 키세가 심드렁하게 가장 위에 놓인 신문 한 장을 집어들었다. 아카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은 채 키세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세는 아무 말 없이 신문을 붙잡고 자신의 기사를 뚫어져라 보다가 자세를 똑바로 해 앉더니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카시를 향해 소리쳤다. “아카싯치-! 여기 기자 나 안티인 거 아니에요? 내 사진 완전 못생기게 나온 거 사용했어요! 이거 봐! 물론 이것도 잘생겼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사진을 써, 나 본 적 없대요? 입을 삐죽 내민 채 투덜거리며 신문에 인쇄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는 키세였다. 정작 중요한 건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저 좋은 것만 보고 머릿속에 담는 모습에 아카시가 질린다는 듯 혀를 차며 키세의 손에서 거칠게 신문을 가로챘다. 료타가 젠틀? 개나 주라지.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어떻게 이게 문제가 안 될 수가 있어요? 나한테는 제일 중요한 건데! 날 모르는 사람들이 이 사진을 처음 보고 그 유명한 키세 료가 이렇게 생겼어? 하고 생각하면 어떡…!” “거기까지만 해.” 아카시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제서야 키세가 뭔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이긴 했지만 쫑알거림을 멈추며 입을 다물었다. 아카시가 한숨을 쉬었다. “잘나신 키세 료 님. 이제 진정 좀 하셨나?” “그렇게 비꼴 것까진 없잖아요.”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가장 섹시한 입술을 가진 남자 연예인 1위로 뽑힌 키세가 입술을 삐죽였다. “평소라면 그 잘난 체도 그냥 넘어갔겠지만 말이야,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네. 유감이야.” “….” “결론부터 말하지. 적당히 좀 해, 료타. 덮어주는 것도 한두 번이야.” “언제는 비위 잘 맞춰주라면서요! 나는 아무 것도 안 했어요, 몇 번 말만 맞춰주고 따라다닌 건데 자기들이 오해해서 저러는 거라구…요.” “그래. 가자는 곳 가주고, 몇 번 말만 맞춰주다 배도 맞췄겠지.” 헉. 담담하게 쏟아져 나온 말에 키세가 숨을 들이켰다. 누구는 뒤에서 기자들 막느라 쉴 틈이 없는데 누구누구는 아주 즐거운 시간 보내셨겠어. 키세는 말을 마치고 싱긋 웃는 아카시의 뒤에 일렁이는 검은 오오라를 느낄 수 있었다. “아, 아니, 아카싯치….” 사람 좋은 얼굴로 하하 웃어봤자 오라는 더 크게 번질 뿐이었다. 키세는 잔뜩 쫄아서는 점점 의자에 파묻히듯 물러났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시키는 대로 좀 해줘야겠어, 료타.” “엥?” 아카시가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 하얀 A4용지에는 건물 한 채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이게 뭐예요?” “네가 앞으로 봉사 다닐 곳이야.” “…! 아카싯치!” 키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를 질렀지만 아카시는 아까 던졌던 기사 뭉치를 손에 들고 흔들었다. 항변하려고 벌어졌던 입은 수많은 기사들의 제목에 다시 다물어졌다. “가서 맑은 공기도 좀 마시고 착한 일 좀 하다가 와. 오래 하라고는 안 해. 네 이미지가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면 돼.” “하지만….” “거절은 없는 걸로 알게. 거기에 지도도 나와 있으니까 다음 주말부터 찾아가면 될 거야.” 부루퉁 튀어나온 입술을 무시한 채 아카시가 미소 그대로 말을 꺼냈다. 이를 악 문 것 같이 들리는 건 키세만의 착각은 아니다. “잘. 부탁해. 료.타?” 키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 두 사람이 코트로 가는 길은 화기애애했다. 6월의 햇빛은 뜨거웠지만 그늘이 많아서 힘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복지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쿠로코와 있다는 사실이 키세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말은 오고가지 않았지만 쿠로코도, 키세도 이유모를 즐거움을 만끽하며 코트에 들어섰다. 더운 날씨라 아무도 오지 않은 듯 했다. 사람 몰릴 일이 없어 다행이었다. 키세가 가볍게 몸을 풀며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있는 쿠로코를 훔쳐보았다. 자신이야 몸이 재산이니 트레이닝도 받고 운동도 한다지만 쿠로코는 그냥 마른 체격인데 정말 농구를 한 걸까. 해보면 알겠지 싶어 키세가 어깨를 으쓱이며 자세를 잡았다. “원온원이에요! 먼저 10점 내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좋습니다. 키세군 박살나도 모릅니다.” “제가 할 소리예요, 쿠로콧치!” 스트레칭을 끝내고 키세 앞에 마주 선 쿠로코의 동글동글한 눈매가 날카롭게 변하는 걸 보며 키세도 긴장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숨 막히는 탐색전 후 공이 햇빛을 부수며 하늘 높이 떠올랐고, 두 사람이 높이 뛰어오르는 순간부터 게임이 시작됐다. 키세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땀을 훔쳐냈다. 솔직히, 정말 솔직히 말하면 쿠로코의 농구 실력은 형편없었다. 슛이 들어가는 횟수도 극히 적었고 드리볼을 하다 자신한테 볼을 뺏기기 일쑤였다. 하지만 쿠로코는 매 순간 진지하게 최선을 다했고, 키세도 쿠로코의 손에서 공이 헛돌아도 더 열심히 게임에 임했다. 결과는 10 : 3으로 키세의 대승리였지만 큰 점수 차가 무색하게 두 사람은 코트위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가쁜 숨을 내쉬느라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부족했던 산소가 돌면서 손과 발끝이 저릿저릿 나른해졌다. 땀이 비 오듯 흐르긴 했지만 기분 나쁘긴 커녕 개운했다. 어느 새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두 사람을 빨갛게 물들였다. 먼저 호흡이 정리된 키세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쿠로코는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그대로 할딱이고 있었다. 키세는 물끄러미 쿠로코를 내려다보다 이마에 맺혀있는 땀방울을 소매로 두드려 닦아주었다. 간질간질한 느낌에 눈을 감고 있던 쿠로코가 한쪽 눈을 떠 바라보았다. 눈꺼풀에 감춰져있던 여전히 맑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나타나자 키세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전에는 이렇게 자세히 보지 않았어서 몰랐지만 눈동자에는 여기저기 작은 흰색 반점 같은 게 있었다. 징그럽기보다는 파란 하늘에 떠있는 별 같아서 키세가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쳐다봤다. 쿠로코가 한동안 아무 말 없는 키세에 한쪽 눈도 마저 뜨며 몸을 일으켰다. 올곧게 자신을 향한 쿠로코의 두 눈동자에 제 모습이 담기자 키세는 순간 작은 희열을 느꼈다. “키세군?” “아, 아, 미안해요. 잠깐, 다른 생각했어요.”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키세의 싱거운 대답에 쿠로코가 다시 뒤로 누웠다. 코트 때문에 옷이 더러워지는 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키세는 쿠로코에게서 시선을 떼고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 무심코 입을 열었다. “나요, 사실 봉사 오기 되게 싫었어요. 귀찮고 해본 적도 없고.” “그럴 것 같았습니다.” “아카싯치, 아 그러니까 사장님, 이 강제로 보내지만 않았어도 안 왔을 검다.” 쿠로코는 누운 자세 그대로 침묵을 지켰다. 말을 하고 있는 키세는 자신도 아니고 어딘가 먼 허공을 응시하고 있어서 선뜻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침을 꿀꺽 삼키며 머릿속으로 말을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키세가 몸을 홱 돌려 자신을 바라봤다, “그런데요, 오길 잘 한 것 같아요.” “….” “왜냐고 안 물어봐요?.” “…왜요?” “쿠로콧치랑 만나서요.” “… 그게 뭡니까.” “거짓말 아니고 진짜요. 쿠로콧치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해줘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네요.” “아, 부담 줄려고 한 소리는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구요. 나도 내가 신기해요.” “저기, 키세군.” “피하고 싶진 않아요. 이게 뭔지 천천히 알아가고 싶어요. 쿠로콧치한테 강요하진 않을게요.” “….” “괜찮죠?” 자신을 응시하는 키세의 눈동자가 너무 진지하고도 간절해서 쿠로코는 차마 아니라고 고개를 저을 수가 없었다. 키세는 고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쿠로코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가요. 원장님이 나 농땡이 친 거 알고 화내실지도 몰라.” “그런 분은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그럼 다행이고요.” 몸을 일으킬 때 잡았던 쿠로코의 손은 생각보다 크고 차가워서 키세는 손을 놓고도 몇 번이나 주먹을 쥐었다. 빠져나간 체온이 아쉬웠지만 쿠로코는 이미 2호와 함께 저만치나 앞서가고 있었다. 키세가 같이 가자며 후다닥 뛰어갔다. 여기서 키세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쿠로코도 키세의 손이 빠져나가자 가만히 주먹을 꼭 쥐어봤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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