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멘션주신_소재로_최애커플_동인지_1P연성 해시태그입니다.

* 소재 : 후드티

* 라라님의 리퀘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A5 사이즈 글자 9.8pt 1페이지 기준입니다. 지금 분량은 약 한 페이지 반입니다.

 

  꿈을 꿨다. 네가 무겁게, 내 몸을 내리 누르는 꿈이었다. 꿈인데도 숨이 막혔지만 이상하게 난 행복했다. 해맑게 웃고 있는 네 눈부신 미소가 내 가슴으로 망울져 내렸기 때문이다. 온몸이 행복으로 젖어들 무렵, 어슴푸레한 내 시야를 담고 있는 눈꺼풀 위에 내려앉은 건 다름 아닌 유난히도 축축한 공기와 차가운 침묵이었다. 다행히,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카시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정면에 있는 창밖은 뿌옇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유난히 몸이 무거웠던 이유가 이거였나. 어렴풋이 안개주의보가 내릴 예정이라던 일기예보가 생각이 났다. 별 다른 움직임 없이 기억을 되새기며 희뿌연 바깥을 쳐다보고 있던 아카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정리했다. 끝을 맞추고, 곱게 접어 가지런하게. 늘 해왔던 것처럼. 아니, 쿠로코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부터 했던 것처럼. 일어나서 할 일이 많았다.

  이부자리가 놓여있던 주변은 어수선했다. 쿠로코의 물건이 여기저기 늘어져있는 탓이었다. 가만히 그것들을 내려다보던 아카시가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후우-.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시작하는 일이었다. 아카시는 마음을 굳게 먹고 물건들 사이로 가 앉았다. 옆의 상자는 반쯤 찬 채였다.

  쿠로코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일은 괴로웠다. 어느 것 하나 연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제 성화에 못 이겨 입고서 부끄러워했던 앞치마, 단정한 모습을 고집했던 새하얀 양말. 함께 졸린 눈으로 양치질했던 칫솔과 쿠로코의 숨결이 닿은 컵. 진득하게 남아있는 추억의 잔재들과, 물건에 닿은 손끝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착각에 아카시가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도 저기도 쿠로코가 자꾸 묻어있다. 쿠로코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데.

  손가락을 말아 쥐고 있던 아카시가 이번엔 옷장으로 손을 뻗었다. 이런 식으로 미루다간 평생 쿠로코의 잔해들을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옷장 여는 소리가 조용한 방안을 울렸다. 열린 옷장에서는 향긋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기억속의 쿠로코가 빨래가 잘 말랐다며 말갛게 웃었다. 쿠로코는 늘, 빨래에 꼬박꼬박 섬유유연제를 넣었다. 향기가 좋은 게 입을 때 기분도 좋지 않나요, 아카시군? 네 목소리가 들렸다. 옷을 정리하던 손길이 이젠 정리를 하는 건지 헤집는 건지 모를 정도로 거칠었다. 옷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둔탁하게 울리는 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든 아카시는 발치에 떨어진 옷을 주웠다. 그건 후드티였다. 처음으로 너와 색을 맞춰 같이 구입한, 이름도 간지러운 커플 후드티.  

  - 이런 걸 어떻게 입습니까.

  - … 잘 어울리긴 하네요.

  - 집에서라면 입어드리겠습니다.

  끝끝내 계산을 하고 고집스레 손에 쥐어준 종이봉투를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소중하게 꼭 쥐었던 쿠로코가 아른거리는 시야에 차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근사한 걸 처음으로 같이 맞춰 선물할 것을. 하다못해 우리가 연인이라는 증표인 반지라도 고 예쁜 왼손 약지에 끼워줄 것을. 왜 그렇게 빨리 갔어, 테츠야. 후드티를 끌어안은 아카시가 주르륵 힘없이 옷장에 기대며 주저앉았다. … 끅. 목울대가 뜨거웠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세찬 빗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후드티에 얼굴을 파묻고 헐떡이면서도 아카시는 일기예보에 비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하고 생각했다. 예고 없던 비는 기상청을 무시하듯 거세게 쏟아졌다. 창틀에 맺힌 빗방울이 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투둑. 툭. 아카시는 멍하게 그 소리를 들었다. … 이 비가 오려고 그렇게 안개가 부연했구나.

  그렇게…,

  그렇게…….

  감은 아카시의 눈에서 비와도 같은 눈물이 줄기를 이루며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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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나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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