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잠은 첫날밤의 순 우리말입니다.
아이고, 신랑이 참으로 듬직하구만!
듣자하니 어린 나이에 무과에~
제가 탄 말이 걷는 길 주위로 웅성이는 아낙네들의 말이 아오미네의 한쪽 귀로 흘러들어갔다가 반대쪽 귀로 흘러나왔다. 호기심이 어려있거나, 저보다 더 들뜬 기색의 여러 시선들이 자신을 향해 꽂혀 있었으나 아오미네는 보여주기 위한 가시적인 이 행위가 지루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혼례라니. 이제 무술에 더욱 정진할 자신에게 참으로 뜬구름 잡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닥쳐오자 아오미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상대는 무신인 자신의 집과 반대로 문신 집안의 자제라고 했다. 집안의 권력과 직결된 정략 결혼이 으레 그렇듯 상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아오미네도 신부 쪽도 별로 개의치 않았기에 혼담은 착착 오갔다. 그리고 결국엔 대례를 치루는 오늘이 왔다.
제 신부가 될 사람은 몸이 약해 집 밖에는 잘 나오지 못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방 안에서 주로 서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지냈는데 그러다보니 시•서•화에 능할 뿐만 아니라 여인네들이 배우는 자수나 요리에도 소질이 있다고. 자신보다는 2살이 많으나 아랫것들에게도 다정한 성품에 부모님께 효심도 지극하다고 했다.
자신과의 정략혼만 아니었더라면 그 누구보다도 괜찮은 신랑감이 되었을터인데. 사내로 태어나 여인을 품지는 못할 망정 여인 행세를 해야하는 제 신부를 생각하자니 조금 웃겨 아오미네는 비식 웃음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사내를 안고 살아야하는 제 처지도 우스워 결국 한숨과도 같은 웃음을 뱉어냈다.
차피 이렇게 엮일 연이었다면 평생동안 계집 생각은 얼씬도 못할 만큼 사랑해주지.
씩 웃은 아오미네는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마음 먹으며 왠지 모를 긴장에 괜히 짙은 남색의 관복을 손으로 툭툭 털어냈다. 그리곤 말에서 내려 신부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 기백에 약한 신부가 질리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팔불출같은 고민도 잊지 않았다.
별 탈 없이 전안례를 마치고 대례청에 들어가 신부를 기다리는 그 순간이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손에 나는 땀을 스윽 관복에 닦아낸 아오미네는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무덤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닥쳐오니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제 신부의 모습이 얼른 보고 싶어 고개를 숙인 채 눈만 도록도록 굴리고 있으려니 좀이 다 쑤셨다. 에잇, 못 참겠다 싶어 고개를 옴착거리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나폴거리며 다가오는 제 옷과 같은 색의 남색 밑단과 풍성한 다홍치마, 그리고 그 아래로 살짝씩 보이는 작은 분홍빛 꽃신이었다.
저도 모르게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리자 저보다 한참 작은 체구의 신부가 사뿐히 제게 다가오고 있었다. 폭이 넓은 치마에 폭 싸여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걸음은 한없이 가벼워 선녀가 구름을 밟는 듯 했다. 큰 소리라도 낼라 치면 그대로 하늘을 밟고 올라가 날아가버릴 듯해 아오미네는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꿈결 같던 짧은 시간이 지나, 어느 새 제 앞으로 다가선 신부는 존재감이 옅은 듯 오는 순간까지 눈 앞에서 아른아른 거렸으나 가까이서 보니 연한 물빛의 머리카락이 노오란 저고리와 참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가지런히 내려떠진 속눈썹도, 올망한 코도, 꼭 다물린 앙증맞은 입술도 여간 어여쁜 게 아니었다. 눈 앞에 있는 이는 사내인데, 아오미네에게는 그저 어여쁜 제 신부, 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슨 정신으로 맞절을 하고, 합환주를 마셨는지 모르겠다. 다만 기억나는 건 흘긋 흘긋 볼 때마다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제 신부였다. 예쁜 내 신부. 사내라 연지곤지를 찍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으나 - 애초에 사내가 치마를 입는 것도 이상하지만 - 하이얀 피부에 그래도 혼례라고 발그레 달아오른 뺨이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정신없이 폐백을 마치고 신방으로 가는 길이 어찌나 떨리던지 아오미네는 침을 꼴깍 삼키고선 방으로 발을 들였다.
부부 화합을 나타내는 화접도가 벽에 가지런히 걸려있고 한 쌍의 원앙 조각이 나란히 탁자 위에 놓여있는 방은 여기가 신방이요, 티가 확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비단 금침 옆에 얌전히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가장 아오미네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몽롱한 불 그림자 밑의 신부가 여전히 참으로 어여뻐 아오미네는 슬쩍, 가까이 다가갔다.
작은 체구 위로 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신부는 아오미네의 자취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껴 눈을 들어 바라보았다. 그 거동이 워낙 차분하고 조용해 아오미네도 덩달아 조용히 신부 곁에 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길 수십 초, 머뭇거리는 듯 몇 번이나 달싹이던 입술이 벌어지고 나서야 궁금했던 신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술, 한 잔 받으세요."
"아, 응."
생각보다 강단 있는, 곧은 미성이었다. 마냥 사내라고 하기엔 가는 듯한 면이 없지 않아 있으나 적당히 무게가 잡힌 듣기 좋은 음색. 내 신부는 목소리도 곱구나. 헬렐레 풀린 얼굴로 아오미네가 신부를 지긋이 쳐다보자 그 시선에 신부는 긴장한 듯 몸을 굳혔다. 술병을 들어올리는 가는 손이 덜덜 떨렸다.
가만히 그걸 지켜보다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 순간, 아오미네는 그 애처로운 손목을 확 잡아채어 신부를 제 품으로 끌어 안았다. 눈 앞에서 예의 그 물빛 머리카락이 느릿하게 흩날리고, 오늘을 위해 발랐을 분내가 훅 끼치자 아오미네는 사내를 끌어안은 지금이 마치 꿈만 같았다.
한편, 신부는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 눈만 연신 깜박였다. 닿은 뺨에는 넓고 단단한 가슴이, 허리를 끌어안은 강한 팔이 느껴졌다. 아마도, 자신은 이 커다란 사내의 품에 안겨있을 터였다. 이때까지 보이던 침착함은 어디 가고 신부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마냥 붉어졌다. 달아오른 볼이 깨물고 싶을 만큼 귀엽고, 품 안에서 바르작거리는 몸짓이 아기새 마냥 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 아오미네는 안은 팔에 힘을 주며 귓가로 고개를 숙였다.
"쉬, 그리 떨 것 없어."
토닥토닥. 손목을 쥐고 있던 손이 등을 느릿하게 도닥였다. 두 팔로 가슴에 가득 담은 신부의 몸이 생각보다 가늘어 그럴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서질 것 같은 기분에 아오미네는 소중하게 신부를 추슬러 안고는 등을 살살 문질러주었다.
"이름이?"
"... 테츠야. 쿠로코 테츠야입니다."
"이제 그대는 내 신부니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지?"
"예."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 긴장하지 않아도 돼, 테츠."
다정하게 달래는 손길과 목소리에 테츠는 안정을 찾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슬며시 옷자락을 쥐어왔다. 저를 찾는 듯한 손짓이 어여뻐 아오미네는 그만 말랑한 볼에 촉, 입을 맞추고 말았는데 테츠는 다시금 화들짝 놀라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다. 참으로 귀엽구나.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아오미네는 테츠를 안아든 채 소매로 초를 가리고 훅, 촛불을 껐다.
"이만 잘까, 테츠. 아, 부인이라 불러야하나?"
"장난은 그만둬주세요."
장난 가득히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 참으로 호남형이었으나 자신을 이불 위로 내려놓는 손길은 반대로 조심스러워 테츠는 상대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질 것 같았다. 너무 화려해서 힘들었던 혼례복을 혹여 걸릴까 싶어 조심히 벗겨주는 손길이 다정한 이 사내가. 자신의 혼례복도 벗고 옆자리에 눕는 아오미네를 묵묵히 보던 테츠는 슬쩍 이불 속에 있는 아오미네의 단단한 손을 잡았다. 앞으로 평생동안 잡고 갈 낭군의 손이었다. 그런 테츠의 마음을 아는지 아오미네가 큰 손으로 작은 테츠의 손을 꼭 쥐었다.
"잘 자, 테츠."
"아오미네군도 안녕히 주무세요."
하루가 고단했던 듯 테츠는 금방 색색 고른 숨을 내쉬며 잠이 들었다. 아오미네는 한동안 고운 얼굴을 바라보다 조심히 테츠를 끌어안았다. 폭 안겨오는 체구가 자로 잰 듯 꼭 맞춘 인연인 것 같아 괜스레 웃음이 났다. 불쌍하던 한 사내가 누가 뭐래도 곱고 고운 제 사람이 됐다. 테츠를 꼬옥 안았다가 놓아준 아오미네는 앞으로 뭐 좀 많이 사다가 먹여서 살 좀 찌워야겠다, 생각하고는 테츠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은 채 눈을 감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만이 둘을 재우듯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이고, 신랑이 참으로 듬직하구만!
듣자하니 어린 나이에 무과에~
제가 탄 말이 걷는 길 주위로 웅성이는 아낙네들의 말이 아오미네의 한쪽 귀로 흘러들어갔다가 반대쪽 귀로 흘러나왔다. 호기심이 어려있거나, 저보다 더 들뜬 기색의 여러 시선들이 자신을 향해 꽂혀 있었으나 아오미네는 보여주기 위한 가시적인 이 행위가 지루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혼례라니. 이제 무술에 더욱 정진할 자신에게 참으로 뜬구름 잡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닥쳐오자 아오미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상대는 무신인 자신의 집과 반대로 문신 집안의 자제라고 했다. 집안의 권력과 직결된 정략 결혼이 으레 그렇듯 상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아오미네도 신부 쪽도 별로 개의치 않았기에 혼담은 착착 오갔다. 그리고 결국엔 대례를 치루는 오늘이 왔다.
제 신부가 될 사람은 몸이 약해 집 밖에는 잘 나오지 못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방 안에서 주로 서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지냈는데 그러다보니 시•서•화에 능할 뿐만 아니라 여인네들이 배우는 자수나 요리에도 소질이 있다고. 자신보다는 2살이 많으나 아랫것들에게도 다정한 성품에 부모님께 효심도 지극하다고 했다.
자신과의 정략혼만 아니었더라면 그 누구보다도 괜찮은 신랑감이 되었을터인데. 사내로 태어나 여인을 품지는 못할 망정 여인 행세를 해야하는 제 신부를 생각하자니 조금 웃겨 아오미네는 비식 웃음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사내를 안고 살아야하는 제 처지도 우스워 결국 한숨과도 같은 웃음을 뱉어냈다.
차피 이렇게 엮일 연이었다면 평생동안 계집 생각은 얼씬도 못할 만큼 사랑해주지.
씩 웃은 아오미네는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마음 먹으며 왠지 모를 긴장에 괜히 짙은 남색의 관복을 손으로 툭툭 털어냈다. 그리곤 말에서 내려 신부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 기백에 약한 신부가 질리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팔불출같은 고민도 잊지 않았다.
별 탈 없이 전안례를 마치고 대례청에 들어가 신부를 기다리는 그 순간이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손에 나는 땀을 스윽 관복에 닦아낸 아오미네는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무덤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닥쳐오니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제 신부의 모습이 얼른 보고 싶어 고개를 숙인 채 눈만 도록도록 굴리고 있으려니 좀이 다 쑤셨다. 에잇, 못 참겠다 싶어 고개를 옴착거리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나폴거리며 다가오는 제 옷과 같은 색의 남색 밑단과 풍성한 다홍치마, 그리고 그 아래로 살짝씩 보이는 작은 분홍빛 꽃신이었다.
저도 모르게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리자 저보다 한참 작은 체구의 신부가 사뿐히 제게 다가오고 있었다. 폭이 넓은 치마에 폭 싸여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걸음은 한없이 가벼워 선녀가 구름을 밟는 듯 했다. 큰 소리라도 낼라 치면 그대로 하늘을 밟고 올라가 날아가버릴 듯해 아오미네는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꿈결 같던 짧은 시간이 지나, 어느 새 제 앞으로 다가선 신부는 존재감이 옅은 듯 오는 순간까지 눈 앞에서 아른아른 거렸으나 가까이서 보니 연한 물빛의 머리카락이 노오란 저고리와 참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가지런히 내려떠진 속눈썹도, 올망한 코도, 꼭 다물린 앙증맞은 입술도 여간 어여쁜 게 아니었다. 눈 앞에 있는 이는 사내인데, 아오미네에게는 그저 어여쁜 제 신부, 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슨 정신으로 맞절을 하고, 합환주를 마셨는지 모르겠다. 다만 기억나는 건 흘긋 흘긋 볼 때마다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제 신부였다. 예쁜 내 신부. 사내라 연지곤지를 찍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으나 - 애초에 사내가 치마를 입는 것도 이상하지만 - 하이얀 피부에 그래도 혼례라고 발그레 달아오른 뺨이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정신없이 폐백을 마치고 신방으로 가는 길이 어찌나 떨리던지 아오미네는 침을 꼴깍 삼키고선 방으로 발을 들였다.
부부 화합을 나타내는 화접도가 벽에 가지런히 걸려있고 한 쌍의 원앙 조각이 나란히 탁자 위에 놓여있는 방은 여기가 신방이요, 티가 확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비단 금침 옆에 얌전히 앉아 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가장 아오미네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몽롱한 불 그림자 밑의 신부가 여전히 참으로 어여뻐 아오미네는 슬쩍, 가까이 다가갔다.
작은 체구 위로 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신부는 아오미네의 자취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껴 눈을 들어 바라보았다. 그 거동이 워낙 차분하고 조용해 아오미네도 덩달아 조용히 신부 곁에 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길 수십 초, 머뭇거리는 듯 몇 번이나 달싹이던 입술이 벌어지고 나서야 궁금했던 신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술, 한 잔 받으세요."
"아, 응."
생각보다 강단 있는, 곧은 미성이었다. 마냥 사내라고 하기엔 가는 듯한 면이 없지 않아 있으나 적당히 무게가 잡힌 듣기 좋은 음색. 내 신부는 목소리도 곱구나. 헬렐레 풀린 얼굴로 아오미네가 신부를 지긋이 쳐다보자 그 시선에 신부는 긴장한 듯 몸을 굳혔다. 술병을 들어올리는 가는 손이 덜덜 떨렸다.
가만히 그걸 지켜보다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 순간, 아오미네는 그 애처로운 손목을 확 잡아채어 신부를 제 품으로 끌어 안았다. 눈 앞에서 예의 그 물빛 머리카락이 느릿하게 흩날리고, 오늘을 위해 발랐을 분내가 훅 끼치자 아오미네는 사내를 끌어안은 지금이 마치 꿈만 같았다.
한편, 신부는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 눈만 연신 깜박였다. 닿은 뺨에는 넓고 단단한 가슴이, 허리를 끌어안은 강한 팔이 느껴졌다. 아마도, 자신은 이 커다란 사내의 품에 안겨있을 터였다. 이때까지 보이던 침착함은 어디 가고 신부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마냥 붉어졌다. 달아오른 볼이 깨물고 싶을 만큼 귀엽고, 품 안에서 바르작거리는 몸짓이 아기새 마냥 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 아오미네는 안은 팔에 힘을 주며 귓가로 고개를 숙였다.
"쉬, 그리 떨 것 없어."
토닥토닥. 손목을 쥐고 있던 손이 등을 느릿하게 도닥였다. 두 팔로 가슴에 가득 담은 신부의 몸이 생각보다 가늘어 그럴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서질 것 같은 기분에 아오미네는 소중하게 신부를 추슬러 안고는 등을 살살 문질러주었다.
"이름이?"
"... 테츠야. 쿠로코 테츠야입니다."
"이제 그대는 내 신부니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지?"
"예."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테니 긴장하지 않아도 돼, 테츠."
다정하게 달래는 손길과 목소리에 테츠는 안정을 찾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슬며시 옷자락을 쥐어왔다. 저를 찾는 듯한 손짓이 어여뻐 아오미네는 그만 말랑한 볼에 촉, 입을 맞추고 말았는데 테츠는 다시금 화들짝 놀라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다. 참으로 귀엽구나.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아오미네는 테츠를 안아든 채 소매로 초를 가리고 훅, 촛불을 껐다.
"이만 잘까, 테츠. 아, 부인이라 불러야하나?"
"장난은 그만둬주세요."
장난 가득히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 참으로 호남형이었으나 자신을 이불 위로 내려놓는 손길은 반대로 조심스러워 테츠는 상대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질 것 같았다. 너무 화려해서 힘들었던 혼례복을 혹여 걸릴까 싶어 조심히 벗겨주는 손길이 다정한 이 사내가. 자신의 혼례복도 벗고 옆자리에 눕는 아오미네를 묵묵히 보던 테츠는 슬쩍 이불 속에 있는 아오미네의 단단한 손을 잡았다. 앞으로 평생동안 잡고 갈 낭군의 손이었다. 그런 테츠의 마음을 아는지 아오미네가 큰 손으로 작은 테츠의 손을 꼭 쥐었다.
"잘 자, 테츠."
"아오미네군도 안녕히 주무세요."
하루가 고단했던 듯 테츠는 금방 색색 고른 숨을 내쉬며 잠이 들었다. 아오미네는 한동안 고운 얼굴을 바라보다 조심히 테츠를 끌어안았다. 폭 안겨오는 체구가 자로 잰 듯 꼭 맞춘 인연인 것 같아 괜스레 웃음이 났다. 불쌍하던 한 사내가 누가 뭐래도 곱고 고운 제 사람이 됐다. 테츠를 꼬옥 안았다가 놓아준 아오미네는 앞으로 뭐 좀 많이 사다가 먹여서 살 좀 찌워야겠다, 생각하고는 테츠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은 채 눈을 감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만이 둘을 재우듯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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