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흑] 병아리 (2)

단편 2018. 3. 26. 22:48

* 대학생 적흑


  쿠로코는 거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오늘은 대망의 조별과제를 하러 영화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아카시와의 약속은 번호를 주고받았던 날부터 한참 뒤인 11월이었다. 대학생이 뭐가 그렇게 바쁜지 아카시는 중간고사 기간까지 일정이 아주 꽉 잡혀있었다. 아카시에 대해 알게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 전, 밥을 먹다 아카시랑 한 조가 됐다는 말을 이제야 카가미에게 해줬더니 그 둔한 카가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왜 이제야 이야기 하냐며 그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해줬다. 아카시 세이쥬로의 아카시가 국내 최고 기업인 ‘아카시’의 아카시라는 것, 전 학기 평점 4.5를 유지하며 한 번도 수석을 놓친 적이 없다는 것. 그래서 같이 과제를 하게 되면 수준 차가 어마어마해 같은 조원들이 고생을 제법 한다는 것까지. 대강 학교에서 퍼진 소문에 대해 듣게 된 쿠로코는 입맛이 뚝 떨어져 더 이상 바닐라 쉐이크를 마시지 못했었다.

 

  “저 괜찮을까요…….”

  “힘내. 어떻게든 지나갈 거야.”

 

  쿠로코는 전혀 힘이 생기지 않는 말을 위로랍시고 뱉는 매정한 동기를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다 테이블에 엎어졌다. 다른 사람 얘기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이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될 줄이야.


  그 때를 회상하던 쿠로코가 부르르 머리를 털었다. 생각해봤자 뭐해. 이미 약속은 잡았고 그 약속은 오늘인 걸. 그리고 조금 쫄았던 첫인상 및 소문과 달리 카톡에서의 아카시 선배님은 배려 깊고 상냥하셨으니까……. 결의를 다진 쿠로코는 다시 거울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옷을 몸에 대보았다. 혹시나 선배님한테 복장이 불량하다는 이유 등으로 밉보일 순 없지.

 

  “미리 조심하는 게 좋으니까.”

 

  자신은 꾸미는 것에 별로 소질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생 때까지 농구에만 푹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옷은 편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마인드의 소유자여서 대학 입학 전까지 옷장에 있는 옷이라고는 운동복이 다였다. 그나마 입학 전에 모처럼 만난 중학교 동창인 키세가 옷이 이게 뭐냐며 쇼핑몰로 끌고 가준 덕에 그럭저럭 봐줄만한 옷 몇 벌을 살 수 있었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유명 잡지를 시작으로 데뷔한 키세는 패션 감각이 좋았다. 쿠로코한테 잘 어울리는 옷을 잘 찾아줬다는 소리다. 그런데 모델은 모델인지, 남들은 기피할 과감한 선택을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9월에 한창 자주 입고 다녔던 노란색 후드티도 그의 선택이었다. 편해서 자주 입긴 했지만…….


  그 ‘아카시’ 선배님을 만나는데 후드티만 달랑 입고 갈 순 없었다. 학교도 아니고, 밖에서 보는 거니까. 아카시를 수업 시간에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같이 앉지도 않았고 눈이 마주칠 때 간단하게 목례만 한 게 다였다. 가까이서 제대로 보는 거니 좀 단정하게 입는 게 좋지 않을까 고심하던 쿠로코는 하늘색 면 셔츠에 민트색의 도톰한 가디건, 흰 바지를 입었다. 가지고 있는 옷 중엔 최선이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정리한 쿠로코는 현관을 나섰다.

 

  “와아…….”

 

  매표소 앞에 도착한 쿠로코는 순간 내가 잘못 왔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카시 선배님은 오늘 데이트가 있으셨던 건가? 여자 친구에게 보낼 카톡을 나한테 잘못 보내셨나? 쿠로코는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표를 뽑은 듯한 아카시는 평소 강의 때와는 달리 머리를 까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마마저 저렇게 잘생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쿠로코는 조금 슬퍼졌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검은색 정장은 마치 아카시를 위한 옷인 것처럼 완벽한 핏을 자랑했다. 물론 수트 아래, 아카시의 몸매가 탄탄한 탓이기도 했다. 은은한 광택이 도는 와이셔츠와 부드러워 보이는 넥타이는 보통 좋은 소재가 아닌 듯했다. 마치 새것인 냥 흠집 하나 없는 가죽구두가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다. 아무리 봐도 자신을 만나러 저렇게 입고 오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쿠로코는 계속 망설이며 아카시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어떡하지.

 

  “안녕.”

  “헉.”

 

  용케 쿠로코의 위치를 알았는지 쿠로코와 시선이 마주친 아카시가 뚜벅뚜벅 쿠로코의 앞으로 걸어왔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묵직한 향기가 아카시의 걸음을 따라 아찔하게 다가왔다.

 

  “왜 그렇게 놀라?”

 

  어, 저……. 새삼스럽게 목소리도 너무 잘생겼잖아. 쿠로코는 그만 얼굴을 붉히며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쿠로코의 행동에 아카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더 가까이 성큼 붙었다.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간데.”

  “아니, 아니에요. 안 아파요. 근데 선배님…….”

  “음?”

  “오늘 저랑 한 약속 오신 거 맞아요?”

 

  얘가 이걸 진심으로 묻고 있나, 싶은 표정으로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던 아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너도 나온 거 아닌가?”

  “아니, 맞는데, 맞는데요……. 너무 멋지게, 하고 오셔서요.”

 

  내가 생각해도 진짜 어이없는 질문이다……. 아카시의 표정에 아차, 싶은 쿠로코가 입술을 말며 어물어물 대답했다. 약속도 기억 못하는 멍청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마른 침을 삼킨 쿠로코가 조심스럽게 아카시의 눈치를 살폈다.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아카시는 제법 기분이 좋아보였다. 살짝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안도한 쿠로코가 아카시 몰래 숨을 내쉬었다.

 

  “나 멋져?”

  “네? 네.”

  “다행이네. 오늘 너랑 만나니까 신경 써서 나왔거든.”

 

  왜요? 라는 물음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쿠로코는 묻지 않았다. 왠지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심란해진 쿠로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카시는 쿠로코에게 표를 건네며 말했다.

 

  “팝콘 먹을래?”

  “어……, 괜찮은데.”

  “그럼 콜라?”

  “…… 바닐라 셰이크요.”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었는지 다정한 미소를 띠고 있던 아카시가 풋, 웃었다.

 

  “바닐라 셰이크 좋아하나봐? 알았어. 여기서 잠깐 기다려.”

  “네.”

 

  아카시는 팝콘을 사기 위해 빙글 돌아 걸어가는 것까지 우아했다. ‘gorgeous(고져스)’라는 단어가 사람으로 환생하면 저런 느낌일까. 자기도 모르게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쿠로코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쿠로코랑 똑같은 생각이었는지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다 아카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는 되게 멋진 사람이구나. 잘생긴데다 상냥하기까지 해. 제 대답에 웃음을 터뜨리던 아카시의 표정이 자꾸 떠올라 쿠로코는 애꿎은 영화 티켓의 모서리만 만지작거렸다.

 

  “무슨 생각해?”

 

  불쑥, 눈앞에 붉은 눈동자가 가득 들어찼다. 화들짝 놀란 쿠로코가 이상한 자세를 취하자 아카시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뭐하는 거야. 머쓱해진 쿠로코가 고개를 저으며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아니에요.

 

  “자, 여기 바닐라 셰이크.”

  “감사합니다.”

 

  차가운 바닐라 셰이크를 잡자 그제야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티켓을 들어 상영관을 확인하려는 찰나, 부드럽게 손목을 쥐어 잡은 아카시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이쪽이야.


  순간 쿠로코는 다시 정신이 어딘가로 날아가는 줄 알았다. 선배가, 아카시가 잡은 손목이 화끈거려서 화상을 입는 건 아닌가 말도 안 되는 걱정이 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정신으로 상영관에 도착해 자리를 찾아 앉았는지 모르겠다. 쿠로코는 등받이에 제대로 기대지도 못하고 허리를 빳빳하게 세워 앉았다.


  반면 아카시는 여유롭게 다리까지 꼬아 앉아 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젊은 재벌 2세가 사장실에 앉는 자세 같다고, 쿠로코는 멍한 머리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과제에 쓸 말이 많을 텐데.”

  “그러게요.”

 

  쿠로코는 아무 말이나 대답하며 스크린에만 눈을 박았다. 무의식적으로 셰이크를 쪽쪽 빨다보니 금방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다행히 아카시는 그 후로 말을 걸지 않았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영화도 계속 보다보니 흥미진진했다. 쿠로코는 영화에 흠뻑 빠진 채 아까보다 편한 자세로 의자에 몸을 묻었다. 팔걸이에 슬쩍 걸치고 있던 쿠로코의 팔뚝에 무언가가 닿았다.

 

  “……?”


  아카시의 팔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려다 봤다가 시야에 들어온 상황에 쿠로코가 다시 허리를 바짝 세우며 머리카락이 흔들릴 정도로 빠르게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피할까? 팔을 뺄까? 그랬다 선배님이 기분 나빠하시면 어떡하지? 애초에 팔 좀 닿았다고 피하는 게 일반적인가? 멘붕에 빠진 쿠로코가 겨우 눈동자만 굴려 쳐다본 아카시는 팔이 닿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까와 별 다른 점이 없어보였다. 그래, 가만히 있자.

 

  쿠로코는 몸을 뻣뻣하게 굳힌 채 영화에 집중하려 애썼다. 적어도 아카시의 팔이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면 쿠로코는 다시 영화에 푹 빠질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기분 탓인지 아카시의 팔이 점점 더 닿아왔다. 아니, 기분 탓 아닌 것 같아. 어느 새 손등부터 팔꿈치까지 아카시의 팔과 쿠로코의 팔이 딱 맞붙었다. 아, 이제 영화고 뭐고 모르겠다. 그냥 빨리 영화가 끝났으면 좋겠는데.


  너무 신경을 써 마비가 온 것 같은 팔을 곁눈질로 훔쳐보며 쿠로코는 간절히 빌었다. 아카시랑 닿아있는 부분이 뜨거웠다. 그 열기가 넘실넘실, 넘치다 손까지 차올랐다. 쿠로코는 침을 꿀꺽 삼켰고, 아카시는. 아카시는 쿠로코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단단하게 자리를 잡은 아카시가 느껴지는 순간 쿠로코는 소리를 지를 뻔한 입을 틀어막고 황급히 아카시를 쳐다보았다. 흔들리는 시야로 들어오는 건 아까와 달리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 빛을 내는 아카시의 눈동자. 어쩔 줄 몰라 당황해하는 쿠로코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아카시가 쿠로코의 손을 잡아 끌어와 제 입술을 꾹 눌렀다. 벌겋게 달아오르는 상대의 얼굴이 제법 볼 만 했다. 아카시 입맛을 다시며 쿠로코에게 말없이 입모양으로 속삭였다.

 

  ‘나갈래? 테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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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나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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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흑] 시선

단편 2017. 10. 2. 00:14

* 적흑 전력 - 휴일

* 리퀘박스 - 선생님 아카시 x 학생 쿠로코


  햇볕이 뜨겁다. 여름 방학이 끝났는데도 여름 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한창 더울 땐 보이지도 않던 매미들이 이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 찌르르, 찌르르 운다. 탈탈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선풍기에선 미적지근한 바람만 나와 느릿하게 머리카락을 흔든다. 모두가 더위에 지쳐 미동 없이 책장만 팔락이는 교실에서, 유일하게 생기가 맴도는 소년이 있다.


  아카시는 영어 지문을 유창하게 읽어 내려가면서도 창가 쪽의 앞에서 네 번째 자리를 흘깃 바라보았다. 자리의 주인공은 허리를 빳빳하게 세운 채 양손으로 교과서를 붙잡고 그 사이로 얼굴을 숨긴 채였다. 교과서 위쪽으로 삐죽이 솟아오른 하늘색 머리카락이 보인다.


  쿠로코 테츠야. 요즘 아카시의 신경이 쏠려있는 학생이었다. 분명 눈치 채지 않게 쳐다봤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책의 양 끝을 잡고 있는 작은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게 참 신경이 쓰여 아카시는 지문 읽기를 멈추고 교과서를 교탁 위에 내려두었다.


  왠지 모르겠는데 가슴이 갑갑하다. 더위 탓인가. 평소대로 완벽한 옷차림을 고집하고 있자니 목덜미도 가슴께도, 하다못해 손목을 감싸고 있는 소매마저 갑갑하게 느껴졌다. 에어컨을 켜달라고 건의를 해야겠군. 온몸에 원인 모를 미열이 홧홧하게 오르는 것 같아 아카시는 신경질적으로 단추를 풀고 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카시가 잠시 수업을 멈추자 낡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기력 없이 우는 매미소리만이 교실을 채운다. 학생들은 나른함에 앞의 선생이 수업을 하는지 마는지 관심이 없다. 아카시는 이러한 상황에 권태를 느끼며 반대쪽 소매를 걷는다. 드러난 팔뚝에 습한 공기가 달라붙는다. 아니, 그리고 하나 더. 팔뚝을 훑는 무언가가 있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어도 알 수 있다. 이건 그 아이의 것이다. 몇 번이나 몸으로 받아내었던 시선이다. 부러 느릿하게 손을 움직이자 이때다 싶어 잽싸게 드러난 핏줄을 살피는 눈초리가 느껴진다. 직접 손이 닿은 것도 아닌데 뜨끈한 감각이 아카시를 자극한다.


  걷어 올린 소매를 마무리하며 아카시는 고개를 들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교과서 위로 빠끔히 드러나 있던 동그란 눈매가 화들짝 놀라며 책 속으로 숨는다. 그렇게 얼굴을 감춰도 붉어진 귀는 다 보인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인 채다. 고개를 숙이느라 드러난 목덜미가 애처롭게 붉었다.


  저걸 어떡하면 좋지. 손으로 교탁을 짚고 천장을 올려다보는 아카시의 눈꺼풀이 반쯤 내려앉는다. 분명 천장의 페인트 색은 빛바랜 하얀색인데 방금 스치듯 본 붉은색이 아른아른 눈앞을 물들인다. 아, 진짜로 어떡하면 좋지. 소매를 걷기까지 했는데.


  목이, 탄다.


  *


  타박타박. 제 발걸음 소리와 그보다 조금 가벼운 발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보폭을 맞추는 동안 건너듯 본 실내화가 새하얗다. 꼭 제 주인을 닮은 색이어서 아카시는 또 답답해진다. 침을 크게 삼키고 말을 걸어본다.


  “테츠야?”

  “네, 네! 아카시 선생님.”

  “프린트 들어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당연한 일인 걸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소년의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하다. 프린트물을 받치고 있는 손가락이 꼼지락 꼼지락 잠시도 쉴 줄을 모르고 움직인다. 약간 처진 입꼬리는 말할 게 있는 듯 움찔거리다 파르르 떨린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마냥 아카시의 눈에 슬로우 모션으로 박혀들었다. 아카시의 혀가 바짝 마른 입술을 핥는다.


  “저, 선생님.”

  “응?”

  “저기……. 선생님이 저를 알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


  말할까 말까 고민하느라 몇 번을 오물거리던 입술로 한다는 말이 저 말이다. 부끄러운 발끝이 타닥타닥 어색함을 메꾸려 부러 소리를 낸다. 아카시는 들리지 않게 한숨을 쉬며 목을 죄고 있는 셔츠의 맨 위 단추를 풀어냈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 하늘색 눈동자가 드러난 목울대를 향한다.


  모를 리가 없잖아. 네가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데.


  “모를 리가 없잖아. 항상 내 수업을 제일 열심히 들어주는 테츠야인 걸.”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었다는 사실이 기쁜 소년의 뺨이 잘 익은 복숭아처럼 한껏 상기된다. 부끄러워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아이가 알아채지 못하게 아카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영어……. 잘 하고 싶거든요.”

  “왜?”


  얘의 영어점수가 몇 점이더라. 분명 평균은 됐던 것 같은데 정확한 점수를 떠올려내느라 아카시의 머릿속이 바빠졌다. 무언가 이유라도 있나? 꿈이 그쪽인가? 생각을 정리하느라 말이 없어진 둘 사이로 침묵이 젖어들기도 잠시, 쿠로코가 쑥스러워하면서도 시선을 마주하며 해말갛게 웃는다.


  “칭찬 듣고 싶어요.”

  “……뭐?”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다는 말이에요.”


  아, 나는.

  이 아이 앞에서는.

  너무.

  무력해.


  “테츠야. 이번 휴일에 뭐하니?”

  “음……. 딱히 계획은 없는데. 왜요?”

  “선생님이랑 보충 수업할래? 선생님이 테츠야 영어 도와줄게.”


  정말요? 되묻는 쿠로코의 얼굴에 활짝 핀 미소가 걸린다. 약간 촉촉하기까지 한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이 나서 아카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르르 접히는 달콤한 눈동자에 쿠로코가 홀린 목소리로 물었다.


  “저랑 선생님만요?”

  “그래. 너랑, 나랑.”


  단둘이. 속삭이듯 새어나온 단어에 복숭아 같던 뺨은 잘 익은 홍시로 달아올랐다. 이 얼마나 먹음직스러운 과실인가.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하는데도 주먹을 쥐고 있던 손바닥에 땀이 축축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 아카시가 쿠로코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들을 받아 들었다.


  “여기서부턴 내가 들고 갈게. 들어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그럼. 이번 주 일요일 3시 쯤 내 수업준비실에서 보자.”

  “네! 그 때 봬요, 선생님!”

  “그래.”


  아카시가 몸을 돌리기도 전 허리를 푹 숙인 쿠로코가 뒤를 돌아 달려갔다. 잰 발걸음이 들뜬 쿠로코의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아카시는 피식 웃고는 걸음을 내딛었다.


  **


  “선생님, 안녕하세요?”

  “테츠야 왔구나. 덥지? 여기 앉아.”

  “감사합니다.”


  에어컨을 틀어 시원해진 공기 사이사이로 아이가 달고 온 뜨거운 열기가 몽글몽글 솟아났다. 손부채질에 팔락팔락 하늘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피부가 온통 붉었다. 아카시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오렌지 주스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받아드는 쿠로코의 손은 하얬다.


  “조금 쉬다 공부할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좀 더 쉬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주섬주섬 교과서와 보충 교재, 필통을 꺼내는 모습에 아카시는 쿠로코의 옆에 앉았다. 아카시의 가슴팍이 쿠로코의 어깨에 닿을락 말락한 가까운 거리에서 씻고 나오신 아버지한테서 맡아봤던 스킨 향이 훅, 쿠로코의 코로 끼쳐들었다. 너,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 긴장한 작은 몸이 딱딱하게 곧추섰다.


  “여기를 볼까? 여긴 문법이 중요해. 저번 시간에 얘기했지? to 부정사는…….”


  나긋나긋하면서도 적당히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쿠로코의 귓전을 쿵쿵 울렸다. 선생님 목소리가 이렇게 낮았었나? 교실에서 듣던 것과는 또 다른 생경한 느낌에 쿠로코가 몸 앞으로 두 손을 모아 잡았다. 어떡해.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아카시의 목소리가 제 심장을 꽉 잡고 미친 듯이 뛰게 만드는 것 같았다.


  제 샤프를 쥐고 있는 날씬한 손가락에 자꾸 눈이 갔다. 단정하게 정돈된 손톱 끝과 피부 사이로 비치는 푸른빛의 핏줄. 탄탄한 팔뚝과 참을 수 없을 만큼 섹시한 소매. 풀어 젖힌 옷깃 사이로 보이는 선생님의 쇄골과. 목덜미. 턱. 그리고 입술. 입술. 입술.


  몸을 잔뜩 웅크린 쿠로코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작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쁜 숨이 새어나왔다 들이마셔지길 반복했다. 습기를 머금은 호흡이 빨라진다.


  유려하게 알파벳을 적어가던 낌새를 알아채고 손이 멈췄다. 집중하지 않았다고 혼나면 어떡하지. 두려워 눈물이 날 것 같으면서도 가쁜 숨은 진정되지 않았다.


  “테츠야.”

  “…… 네.”


  아까보다도 훨씬 잠긴 목소리가 저를 부른다. 혼날 거야. 쿠로코는 눈을 질끈 감았다. 뺨에 따뜻한 무언가가 닿는다. 의아해진 쿠로코의 한쪽 눈이 슬그머니 떠진다. 잔뜩 좁아진 눈동자를 담은 붉디붉은 홍채가 시야를 가득 채우고 아카시의 입술이 천천히 열린다.


  “선생님이랑…… 좋은 거 할래?”


  습기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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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나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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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흑] 병아리 (1)

단편 2017. 10. 1. 01:03

  * 대학생 적흑 


 사랑을 하면 세상이 분홍빛으로 보인대! 어디선가 로맨스 소설을 읽고 온 모모이가 외쳤다. 말도 안 돼. 아카시는 현대과학을 믿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아카시에게 하늘이 왜 파란색이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 없이 빛의 산란 때문이라 대답할 수 있었다. 산란이 뭔지에 대한 설명은 덤이다. 그런데 뭐? 분홍빛?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아카시는 소녀처럼 눈을 반짝 빛내는 모모이에게 찬물을 끼얹을 만큼 차가운 사람도 아니어서 그냥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모모이, 말하는 도중 미안한데 내가 수업이 있어서…….”

  “아, 미안해! 우리가 너무 오래 잡아뒀지?”

  “아냐, 괜찮아. 오랜만에 같이 밥 먹어서 즐거웠어.”


  이따 보자, 아카시. 심드렁하게 있던 아오미네가 인사를 건넨다. 아카시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래라면 다음 강의까지 같이 좀 노닥거렸겠으나 이번학기는 추가 학점을 더 듣고 있기에 좀 바빴다. 교양이라 다행이지. 아카시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9월의 날씨는 참 좋았다. 아직까지 잔재하는 여름의 뜨거운 열기보다도 서늘해진 공기가 더 실감났다. 가볍게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은 시원함을 선사한다. 하늘은 파랗게 물들었고 눈부신 햇빛은 머리칼에 닿아 산산이 부서져 내린다. 웃으며 지나가는 학우들의 옷에는 단풍이 들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 선연해진 가을을 바라보던 아카시는 아까보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강의실을 찾았다.


  108, 108……. 아, 여기군. 오랜만에 찾아온 교양 강의실은 책걸상을 싹 바꿨는지 훨씬 깔끔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도 책상과 의자가 붙어있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평평했던 강의실이 계단식으로 바뀌기 까지.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던 아카시는 중간보다 약간 뒤쪽 좌측 편에 자리를 잡았다. 학번과 학년을 고려한 위치였다. 


  아카시가 자리에 앉자 들어올 때부터 술렁이던 학생들이 대놓고 흘끔거리며 아카시를 훔쳐보았다. 헉, 그 아카시 선배잖아? 그러게. 이 수업 듣나보다. 대박. 와, 진짜 잘생겼어. 눈매 좀 봐.


  안 들리게 한답시고 속삭이는 목소리임에도 제 얘기인지라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지만 아카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일일이 신경 쓰다간 피곤하고 귀찮은 일만 늘어날 게 뻔했다. 소문답게 풍선처럼 부푼 말들을 적당히 흘려들으며 아카시는 무심한 시선으로 강의실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개중엔 고학년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이 강의 조별과제도 있던데 별 일이네. 건성으로 생각하고 있던 그 때였다. 문가를 응시하던 아카시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건 아까 올려다보았던 가을 하늘이었다. 아카시는 사람의 눈동자가 그렇게 깨끗할 수 있다는 것을 스물 몇 년의 인생에서 처음 살았다. 소년의 눈에는 하늘이 담겨있었다. 새파란 눈동자엔 아직 낮임에도 반짝거리는 별이 떠있다. 하늘에 붓을 휘저어 물에 풀면 저런 색일까. 마치 시리도록 눈부신 블루 토파즈 같았다.


  아카시는 어머니의 보석함에서 블루 토파즈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저 눈동자 앞에서는 그 어떤 고가의 블루 토파즈도 제 빛을 내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보다 조금 채도가 낮은 색의 머리카락은 잘 마른 듯 붕붕 떠있다. 봄의 햇빛 냄새가 물씬 풍길 것 같은 보송함이었다. 무엇보다도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얼굴이 앳되었다. 왠지 모르게 코끝에서 우유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아카시는 손가락으로 코를 문질렀다.


  매력적이네, 표정은 아까와 별 다를 바 없이 무심했으나 빛나는 붉은 눈동자는 흥미를 숨길 줄 몰랐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강의실에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도 그를 의식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저 예쁜 보석의 주인을. 자신만 빼고.


  그가 다가가자 언제 왔냐는 듯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화들짝 놀라는 한 학생의 표정이 웃겨 아카시는 자기도 모르게 쿡쿡 웃었다. 와중에도 아무렇지 않게 덤덤한 그의 표정이 너무나도 익숙해 보이는 게 신기해 아카시는 이제 대놓고 그 아이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쿠로코 테츠야.”

  “네.”


  이름이 테츠야구나. 가타카나인가? 아카시는 テ, ツ, ヤ 세 글자를 끄적끄적 적어보았다. 역시 어린 티가 난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테츠야는 1학년이었다. 테츠야, 테츠야. 입안에서 동그랗게 울리는 발음이 귀여웠다. 


  그러고 보니 이제야 눈치 챘는데 테츠야는 꼭 저같이 깜찍한 노란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얼핏 보이는 품이 제법 넉넉한 게 몸의 선이 얇은 듯했다. 모자에 푹 파묻힌 목덜미가 곧고 가늘어서 아카시는 저도 모르게 시선으로 목덜미를 쭉 훑었다.


  시선을 느낀 걸까. 테츠야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기 토끼 같은 몸짓이었다. 참을 수 없는 귀여움에 아카시가 팔에 얼굴을 묻고 엎드린 채 큭큭 웃었다. 아, 진짜 귀엽다. 쟤랑 조별과제 하면 좋겠다. 빠끔히 드러난 아카시의 두 눈이 빛났다.


  “안녕하세요, 아카시 세이쥬로입니다.”


  거 봐. 뭐랬어. 내가 쟤랑 하고 싶댔잖아. 아카시는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테츠야한테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산 아카시에게 있어 테츠야와 같은 조를 하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정확히는 빡세기로 유명한 아카시와 같은 조를 지원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고, 쿠로코는 쿠로코의 존재를 알아챈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조 편성에 참여하지 못한 거였지만.


  하필 또 공교롭게 조를 짜지 못하고 남은 사람이 두 사람 뿐이었으며 어차피 한 조당 정원은 3명이라 2명도 괜찮다고 교수님이 봐주신 덕에 둘은 그렇게 같은 조가 되었다. 눈앞의 1학년은 아카시를 아는지 모르는지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쿠로코 테츠야입니다. 1학년이에요.”


  얘는 왜 목소리도 귀엽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와중에도 아카시는 나는 3학년이에요, 하며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 안으로 들어온 손은 작지만 제법 강단 있게 뼈마디가 잡혔다. 조금 서늘한 체온이 기분 좋아 아카시는 저도 모르게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말았다.


  “저기, 아픈데요.”

  “아, 미안해요.”


  빠른 사과에 쿠로코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3학년 앞임에도 긴장하지 않고 덤덤한 모습이 신기해 아카시는 또 무심코 쿠로코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 선배님? 맙소사. 이제는 남자애가 고개 갸우뚱하는 것도 귀여워 보이네. 아카시가 그렇게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들 때 쯤 쿠로코는 쿠로코대로 조금 겁을 먹고 말았다.


  붉은 머리칼과 홍채의 소유자는 강렬한 첫인상답게 자신감 있는 태도였다. 적당히 듣기 좋게 만들어진 목소리 등이 보통 철저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이 보였다. 저 조별 과제 잘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이 사람의 기준을 만족 시킬 수 있을까요, 카가미 군…….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며 홀랑 다른 교양으로 옮겨버린 제 동기가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무서워 보이는 선배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답 없이 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마치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좁은 눈동자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시선을 피할 때마다 더 조여드는 기분이었다. 쿠로코는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 덤덤한 표정이 아카시 입장에서는 눈앞의 1학년이 묵묵한 게 저만 보면 안절부절 못하는 동기들보다도 더 기특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음을 불행히 쿠로코는 알지 못했다. 아카시의 시선은 떨어질 줄을 몰랐고, 결국 참지 못한 쿠로코가 입을 열었다.


  “선배님, 저희 과제는…….”

  “아, 과제.”


  답지 않게 정신을 놓고 있었다며 화들짝 - 쿠로코가 보기엔 아무 변화 없었지만 - 놀란 아카시가 얼른 강의 계획서를 집어 들었다. 영화와 관련된 교양답게 한 조가 다 같이 영화를 보고 리포트를 제출하는 과제였다. 물론 인증샷 포함. 역시 교양은 좋구나…. 교양만 들었던 1학년 시절을 떠올리던 아카시는 아까보다 한결 풀린 얼굴로 쿠로코한테 휴대폰을 내밀었다.


  “과제를 하려면 같이 영화를 봐야하네요. 일단 번호 좀 줄래요? 어떤 영화를 볼 지랑 날짜 같은 거 정해야하니까.”

  “네.”


  쿠로코가 휴대폰을 받아 제 번호를 톡톡 쳤다. 소매에 반쯤 감싸져있는 작은 손으로 자꾸 옮겨가는 시선을 참느라 힘이 들었다.


  “여기요.”

  “고마워요. 일단… 내가 또 다음 수업이 있어서. 끝나고 연락할게요.”

  “네, 선배님. 저, 그럼 이만….”

  “네. 이따 봐요.”


  꾸벅 인사를 한 쿠로코가 종종걸음으로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하늘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풀나풀 흩날리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카시의 휴대폰 화면엔 11자리의 숫자가 덩그러니 남아있다. 흐음. 휴대폰 액정 위를 뱅뱅 맴돌던 아카시의 손가락이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병아리]


*


22:07 [안녕하세요.] 

22:07 [같은 수업 듣는 아카시 세이쥬로예요.]

22:07 [늦은 시간 미안해요. 이제 일과가 끝나서.]


[아니에요. 집에서 쉬고 있었어요.] 22:19


22:20 [그렇구나.]

22:21 [내 번호 010-0411-1220이에요.]

22:21 [저장해둬요.]


[네!] 22:23


  답장이 고분고분 귀엽네. 샤워를 막 끝내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터는 와중에도 아카시는 바쁘게 손가락을 놀렸다.


22:30 [영화 어떤 거 좋아해요?]


[저는 아무거나 괜찮은데….] 22:30

[아, 선배님 말씀 놓으세요.] 22:30


22:31 [그럼 그럴게.]

22:31 [못 보는 영화도 없어?]


[음…. 호러나 공포영화는 잘 못 봐요.] 22:33

[(우는 이모티콘)] 22:33


  푸하. 이런 이모티콘도 쓰는구나. 토끼가 눈물을 줄줄 흘리다 못해 공간을 한가득 채우는 이모티콘에 아카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귀여워. 카톡도 귀여워 죽겠다……. 아카시는 베고 있는 베개가 머리카락의 물기로 젖어가는 줄도 모른 채 카톡 삼매경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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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나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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